
이준호 NHN 회장의 개인회사 제이엘씨파트너스가 반도체 장비업체 HPSP 투자로 투자금의 17배에 가까운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투자수익의 대부분을 환급받고, 이와 동시에 무이자 차입으로 다시 운영자금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투자회사 라는 타이틀과 달리 이 회장의 개인 지갑처럼 포토폴리오를 활용하고 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N 지분 9.16% 쥔 이준호 개인 투자회사
제이엘씨파트너스는 이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다. 지난 2016년 설립돼 투자 대상 기업의 지분 취득·운용과 경영관리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투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총자산은 1658억8552만원이며, 이 가운데 투자자산이 1604억4166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96.7%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자산은 NHN 지분이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NHN 주식 300만주로 전체 지분의 9.16%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말 장부가액은 871억5000만원에 달한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지만, NHN 보유 지분을 통해 이 회장이 NHN을 지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제이엘씨파트너스는 사모펀드와 해외법인 등에 대한 투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중 해외 법인인 1322 Kapiolani LLC 지분 92.3%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장부가액은 329억9045만원에 달한다. 또한 캑터스오아시스제3호투자조합과 위드윈바이오투자조합14호에도 출자했다.
특히 2026년에는 회사 정관에 ‘자기자본을 활용한 유가증권, 투자조합 지분 및 기타 금융자산의 취득·투자·매매·운용’을 사업 목적으로 명시했다.
◆반도체 업체 HPSP에 투자, 17배 투자수익…1100억원대 투자수익 회수
주력인 투자사업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투자처는 프레스토제6호 사모투자합자회사다. 이 펀드는 반도체 장비업체 HPSP의 경영권 지분에 투자한 사모펀드다.
HPSP는 2017년 3월 고압 수소 어닐링 반도체 장비 제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뒤 같은 해 4월 풍산으로 부터 장비사업 부문을 양수했다. 프레스토제6호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HPSP 지분 45.65%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프레스토제6호에 총 70억원을 출자해 펀드 지분 66.04%를 보유했다. ‘이준호 회장→제이엘씨파트너스→프레스토제6호→HPSP’로 투자의 열결고리를 통해 맺고 있다. 제이엘씨파트너스가 HPSP 주식을 직접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주주 펀드의 최대 출자자로 투자 성과를 배분받은 것이다.
HPSP는 풍산으로부터 넘겨받은 반도체 장비사업을 앞세워 지난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주력 제품은 열과 고압 수소를 이용해 반도체 소자의 결함을 개선하는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다.
HPSP는 2025년 매출 1730억원, 영업이익 8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52%에 달할 정도로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남기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한 셈이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HPSP가 코스닥에 상장하기 전부터 프레스토제6호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프레스토제6호는 제이엘씨파트너스에 2018년 45억1253만원, 2020년 34억1131만원, 2021년 47억7972만원을 현금으로 분배했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2020년까지 누적 79억2384만원을 회수해 최초 출자금 70억원을 넘어섰고, 2021년까지 누적 회수액은 127억356만원으로 늘었다.
프레스토제6호를 통해 현금을 배분받은 이후에도 펀드의 장부가치는 빠르게 상승했다. 제이엘씨파트너스가 보유한 프레스토제6호의 장부가액은 2022년 말 519억 6234만원에서 2023년 말 721억 5684만원, 2024년 말 849억 3828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본격적인 투자 회수는 2025년에 이뤄졌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프레스토제6호에서 ‘출자금 배분’ 명목으로 1054억8867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따라, 프레스토제6호 지분 장부가액은 2024년 말 849억3828만원에서 2025년 말 4억6622만원으로 줄었다. 투자금의 대부분이 현금으로 배분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2018년에서 2025년까지 제공받은 분배액을 모두 합하면, 누적 현금 회수액은 1181억9224만원에 달한다. 2025년 말 현재 프레스토제6호가 확보하고 있는 HPSP 지분 장부가액 약 4억6622만원을 더하면, 총 1186억5846만원에 해당한다. 제이엘씨파트너스가 최초 출자한 70억원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NHN 수장이 개인 투자사업도 맡아…이해상충 의혹
제이엘씨파트너스가 반도체 장비업체 HPSP 투자를 통해 17배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것과 관련, 이해상충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HPSP 투자 당시 제이엘씨파트너스 대표였던 강진규 씨는 NHN의 투자 자회사인 NH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대표이사와 NHN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를 함께 맡고 있었다.
NHN은 상장사로, 당시 NHN인베스트먼트와 NH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고 있었다. NH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지난해 NHN에 흡수합병 됐다.
특히 NHN 계열사 경영진이 이 회장의 개인 투자사 대표까지 겸임하면서, HPSP 투자에 따른 1000억원이 넘는 큰 규모의 수익이 NHN이 아닌 이 회장 개인회사로 돌아간 과정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기회 유용이나 배임 소지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강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3월 제이엘씨파트너스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유영복 대표가 뒤를 이어오다, 역시 지난 3월 사임하면서 현재는 백도민 전 NHN클라우드 공동대표가 제이엘씨파트너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규모 유상감자 단행…이 회장에 1160억 배분
제이엘씨파트너스가 투자사업을 통해 거둔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이 대규모 유상감자를 통해 사주인 이준호 회장에 돌아간 방식을 놓고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제이엘씨파트너는 프레스토제6호 투자 수익을 회수한 이후, 대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대가를 지급하고 소각하는 거래다. 회사에서는 현금과 자기자본이 빠져나가고, 주주는 주식을 소각하는 대신 투자한 자본을 회수한다. 통상 유상감자는 주주의 주식 취득가액 범위 내에서 자본을 회수할 경우, 일반 배당과 과세 구조가 달라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감자 대가가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의제배당으로 과세된다.
법인등기상 제이엘씨파트너스의 감자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회사는 2025년 2월 발행주식을 11만6200주에서 10만6200주로 줄였고, 같은 해 5월에는 다시 200주로 축소했다. 자본금은 5억81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발행주식의 99% 이상이 소각됐지만 남은 주식 200주도 이 회장이 전량 보유하게 됐다. 이 회장의 제이엘씨파트너스 지분율은 대규모 감자 이후에도 100%로 유지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대한 지배권에는 전혀 변동 없이 1160억원을 현금으로 회수한 셈이다.
이 회장에 돌아간 1160억원은 2024년 말 제이엘씨파트너스의 자본총계 1804억원의 64.3%에 해당한다.
◆엘씨파트너스에 320억 무이자 대출, 투자재원 활용
특히 주목되는 점은 대규모 유상감자와 함께 자금유치를 위한 자금거래도 같은 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2025년 이 회장으로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320억원을 빌렸다. 금리는 연 0%로 이자 부담이 없는 무이자 차입이었다. 이 회장의 또 다른 개인회사인 제이엘씨에서도 운영자금 10억원을 연 4.6%에 차입했다.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전년도 말 0원에서 330억원으로 늘었다.
제이엘씨파트너스는 이를 재원으로 같은 해 신규 투자를 이어갔다. 하와이 법인인 1322 Kapiolani LLC에 332억4720만원을 출자했고, JL ALA MOANA LLC에 143억7900만원을 추가로 빌려줬다. 캑터스오아시스제3호투자조합에도 35억원을 투입했다.
이준호 회장으로부터 무이자 차입은 대규모 감자와 신규 투자가 겹치면서 회사의 현금 여력이 크게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현금성 자산은 2024년 말 284억5382만원에서 2025년 말 5억624만원으로 감소했다. 유동자산은 약 45억원인 반면 유동부채는 단기차입금 330억원과 법인세부채 약 210억원 등을 포함해 540억원으로 증가했다.
제이엘씨파트너스가 같은 해 수백억원대의 신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었다면, 투자 회수금 일부를 회사에 유보하는 선택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자기자본의 64.3%에 달하는 큰 금액을 유상감자로 환급하고,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다시 오너에게 자금을 빌린 배경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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