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워치] 정상호 롯데카드 대표, 고객 기반 회복 ‘청신호’…‘영업통’ 저력으로 정상화 속도

정 대표, 취임 후 소비자보호·정보보안 강화
사고 직후 줄었던 회원 감소분 절반 이상 회복
영업정지 후 고객기반·수익성 회복이 관건

정상호 롯데카드 대표가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흔들렸던 고객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고 직후 급감했던 회원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데다, 신규회원 유입도 확대되면서 고객 기반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다. 취임 직후부터 소비자보호와 정보보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 대표의 행보와 맞물려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1개월 반 동안 신규회원 모집이 중단되는 만큼 영업정지 기간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 이후 빠르게 영업 기반을 정상화하는 것이 정 대표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 신용카드 사용가능 회원 수는 84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820만1000명과 비교하면 21만2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롯데카드는 해킹 피해로 약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로 인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롯데카드에 업무정지 1.5개월과 과징금 50억원을 부과했다.  

사건 발생 후 롯데카드 고객수는 크게 줄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말까지만 해도 개인 신용카드 회원 858만9000명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같은 해 9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고 한 달 만에 회원 수가 820만1000명으로 38만8000명 감소했다.

이후 회원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사고 직후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사고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고객 기반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신규 고객 유입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카드의 올해 6월 개인 신용카드 신규회원 수는 11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8만7000명보다 31.03% 증가했다.

6월 신규회원 수는 해지회원 수(8만7000명)보다 2만7000명가량 더 높았다. 지난해 같은 달 신규회원과 해지회원 간 격차가 2만1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신규 고객 유입 흐름도 개선된 모습이다.

이 같은 고객 기반 회복은 정 대표가 취임 당시부터 강조해 온 신뢰 회복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올해 3월 롯데카드 수장에 올랐다. 전임 대표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물러난 뒤 약 3개월 만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소비자보호와 정보보안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사회 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대표이사가 직접 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고 보안 관련 주요 의사결정이 경영진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 체계도 강화했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30년 가까이 카드 업계에 몸담아 오면서 고객의 신뢰야말로 금융의 가장 근본적인 자산임을 몸소 체감해 왔다”며 “이번 사고가 드린 실망과 불안이 얼마나 깊었을지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임감을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아 반드시 신뢰를 되찾겠다”며 “이번 사고를 단순한 수습의 대상이 아닌, 조직의 체질을 근본부터 바꾸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카드는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약 1206억원을 정보보호 체계 고도화에 투자하는 ‘정보보호 비전 2030’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실시간 위협 탐지·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 사이버 침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통신 3사와 함께 고객의 금융 피해를 막는 장치도 확대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과 인공지능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솔루션의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1월부터 정식으로 활용했다. 같은 해 2월에는 KT·LG유플러스와도 계약을 체결해 통신 3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통신3사는 AI와 복합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피해 위험을 예측·분석하고, 롯데카드 이상거래탐지시스템과 연계해 롯데카드 고객의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을 탐지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 솔루션을 활용해 3억2000만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낮아진 점도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1.5개월의 영업정지와 과징금 50억원 부과를 의결했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가계부채 억제 등과 관련해 카드사 전반의 영업 확대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1.5개월 영업정지가 회사 실적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영업정지 기간 자체보다 영업 재개 이후 고객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2014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에도 롯데카드는 3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사고 이전 수준의 회원 기반을 회복하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특히 당시 카드사들은 영업정지 기간 모집·마케팅 비용이 줄면서 수익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이후 시장점유율과 고객 기반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총자산순이익률(ROA)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단순히 신규회원 수를 다시 늘리는 것을 넘어 수익성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기반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사례와 같이 영업정지 기간 중 모집 및 마케팅 비용 감소가 영업수익 감소 영향을 상쇄시킬 경우 수익성 저하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영업정지 기간 이후 저하된 시장지위 회복을 위한 경비부담 확대가 나타날 경우 수익성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대표는 LG카드와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을 거치며 30년 가까이 카드업계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영업통’으로 평가받는다. 롯데카드에서도 카드사업본부장과 영업본부장 등을 맡으며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취임 초기 정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이었다면, 영업정지 종료 이후부터는 그의 강점인 영업 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사고 이후 이탈했던 고객이 다시 돌아오고 신규회원 유입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최근의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며 이를 실적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롯데카드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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