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XMT.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하며 중국 시가 총액(시총) 1위에 등극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첨단 D램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CXMT는 한층 고도화된 기술을 토대로 연내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를 선보인다는 포부다.
CXMT가 머지않아 첨단 메모리 칩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근심은 급속도로 깊어지는 모습이다. 만약 중국이 K-반도체보다 먼저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출시한다면, 삼성·SK 중심의 투톱 체제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제일재경·과창판일보 등 복수의 중국 매체에 따르면 차오칸위 CXMT 총재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집적회로 및 칩렛 콘퍼런스’에서 “올 연말까지 D램 아키텍처 ‘4F²(포에프스퀘어)’를 이용한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DDR5 RDIMM(Registered Dual In-line Memory Module)’을 내놓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차오 총재는 “해당 아키텍처는 D램 트랜지스터 배열상의 혁신이다”며 “CXMT는 4F² 아키텍처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XMT는 4F² 기술의 핵심으로 독자 개발한 ‘수직서라운딩게이트(VSG)’ 트랜지스터를 꼽는다. 채널을 3차원 수직 원통형으로 세우고 게이트가 채널 전체를 둘러싸도록 설계해, 치명적인 누설 전류 문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도 단위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게 CXMT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차오 총재가 언급한 4F² 아키텍처는 오늘날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다. 현재 D램 시장에서는 ‘6F²(식스에프스퀘어)’ 아키텍처가 주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웨이퍼 제조 공정에서 포토리소그래피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소 선폭(간격)을 ‘F’라고 일컫는다. 이에 따라 4F²는 메모리 1개 단위의 크기가 ‘F 제곱의 4배’, 6F²는 ‘F 제곱의 6배’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4F²가 6F²보다 더 미세한 회로 구조다.
주목할 점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첨단 메모리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미세 회로 구조 전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6F²에서 4F²로 업그레이드되면 단위 면적 내 트랜지스터 숫자는 늘고 메모리 집적도는 높아진다. 이에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6F²에서 4F²로의 아키텍처 기술 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F² D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국내 매체 디일렉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지난 3월 10나노(1nm는 10억분의 1m) 이하 ‘10a’ D램 공정으로 웨이퍼를 제작하면서 4F² 아키텍처 등을 처음으로 적용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연내에 4F²를 이용한 10a D램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품질 테스트를 거쳐, 2028년 4F² D램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또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F² 관련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인 삼성·SK 모두 구체적인 양산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런 와중에 CXMT가 올해 안에 4F²를 활용해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를 내놓겠다고 공언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SK보다 최소 2년가량 먼저 첨단 서버용 D램을 공개하는 것이어서다.
만약 CXMT가 연내 4F² 기반 DDR5 RDIMM을 출시한다면, 그간 전 세계 서버용 D램 시장을 선도해 온 삼성·SK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39%를 기록했다. 이에 삼성은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SK하이닉스는 26%로 2위에 올랐다.
삼성·SK의 D램 시장 점유율 합산은 65%로, 전 세계 D램 3개 중 2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셈이다.
그러나 CXMT의 4F² D램이 시장에 본격 공급될 경우, 삼성·SK의 지배력은 빠르게 약화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 빅테크로선 메모리 집적도가 높은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가 공고해짐에 따라 K-반도체는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F² 아키텍처 기술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 등 중국 업체들의 혁신 기술 개발 선언이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도 “무시해서는 안 될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서버용 D램 시장을 주도해 온 삼성·SK가 CXMT보다 4F² 아키텍처 기술을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중국의 약진 속,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SK의 위상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미래 D램 기술 혁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