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험硏 “내년 보험료 규모 3.5% 성장…지표 좋아져도 질은 나빠져”

보험연구원, 22일 여의도서 ‘2027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 개최
순익·CSM·킥스 동반 개선에도 증가분 대부분 평가익…위험률차 음(-) 고착

김동겸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7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내년 보험산업의 성장률이 올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체 보험료 규모는 299조원까지 불어나지만, 증가분이 두 개 상품군에 몰리면서 성장의 폭 자체는 오히려 좁아진다는 진단이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성적표와 그 구성의 괴리다. 올해 상반기 보험산업의 당기순이익과 보험계약마진(CSM), 신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은 모두 1년 전보다 좋아졌지만, 개선분의 상당 부분이 본업이 아니라 자산 평가이익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보험연구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7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김동겸 금융시장분석실장이 내년 전망을, 김해식 연구조정실장이 내년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내년 보험료 299조원…증가분 89%가 보장성·장기손해 두 곳에

김동겸 실장은 “2026년 실적은 외견상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그 숫자를 열어보면 성장은 신계약이 아니라 과거 계약이 떠받치고 있고, 자본이 늘어난 것도 대부분 평가이익”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2027년 보험산업 전체 보험료 증가율은 3.5%다. 올해 예상치(8.0%)의 절반 이하다.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2.3%(142조원),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4.5%(157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각각 4.0%, 5.0%로 높아진다.

김동겸 실장은 “금액으로는 9조9000억원이 늘어나는데, 이 가운데 89%가 두 곳에 몰린다. 생명보험 보장성보험(4조6000억원)과 손해보험 장기손해보험(4조2000억원)”이라면서 “반대로 생명보험 퇴직연금은 1조1000억원 줄어든다. 외형은 커지지만 성장을 떠받치는 상품은 더 좁아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정작 무게를 실은 것은 전망치가 아니라 그 앞단의 진단이었다. 최종 지표는 개선됐지만 구성 항목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겸 실장은 “상반기 생명보험 당기순이익은 3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그러나 보험손익이 26% 감소하고 투자손익이 52% 증가해 나온 결과”라며 “손해보험 당기순이익은 4조5000억원으로 5% 늘었다. 영업이익에서 보험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명보험 40.1%, 손해보험 61.5%에 그친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기까지만 보면 특별히 문제로 볼 만한 것이 없다”며 “그러나 보이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덧붙였다.

본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위험률차는 더 분명하다. 양 업권 모두 2024년 4분기를 전후로 음(-)의 위험률차율이 고착됐고, 손해보험은 회사 간 격차까지 벌어졌다.

김동겸 실장은 “위험률차 지표가 크게 하락한 회사는 앞서 본 판매촉진비 비중 상위 회사와 상당 부분 겹친다”고 짚었다. 비용을 더 쓴 쪽에서 본업 지표가 더 나빠졌다는 뜻이다.

건전성 지표도 겉과 속이 다르다. 올해 6월 말 킥스비율은 생명보험 193%, 손해보험 217%로 각각 1년 전보다 12%포인트, 14%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가용자본 증가분의 대부분은 평가이익이다. 생명보험 가용자본은 235조원으로 94조원, 손해보험은 129조원으로 26조원 늘었는데, 영업을 통한 자본 축적인 이익잉여금 증가는 미미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 요구자본도 44조원 늘어 시장위험액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그는 “주가 상승이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며 “분자와 분모가 함께 커져 순효과는 상쇄되고 민감도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김동겸 실장은 영업 구조도 제약으로 꼽았다. 생명보험은 무·저해지환급형으로, 손해보험은 질병·상해보험으로 쏠리고 모집은 법인보험대리점(GA)에 집중되는 흐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많이 파는 상품이 가정 변동에 가장 민감한 상품이므로 판매가 늘수록 가정 리스크도 함께 확대된다”며 “같은 것을 같은 길로, 더 많은 비용을 들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쓴 비용이 성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모집비를 비슷하게 쓰는 회사들 사이에서도 신계약 CSM 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그는 이를 “파는 것도, 쓰는 것도, 굴리는 것도 모두 늘었는데 남는 것만 줄었다”고 요약했다.

김동겸 실장은 내년 시행 예정인 제도도 성장 여력을 누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수료 체계 개편과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는 모집비용 조정을,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는 자본확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망치가 낮은 것은 비관적으로 봐서가 아니라 이 제약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체감하는 온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설문에서 성장성·수익성·건전성에 대한 산업 전망은 모두 중립(3.0점)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사 전망은 중립을 웃돌아 산업 전망과 0.31~0.57점의 괴리를 보였다. 그는 “더 팔 수 있는가, 팔면 남는가, 받쳐줄 자본이 있는가, 투입이 성과로 가는가. 현재로서는 여기에 긍정적인 답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CEO들이 자사 성장을 산업 평균보다 높게 보고 계신 것이 이 보수적 전망의 방향을 바꿀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7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장수위험 결합 안 되면 퇴직연금서 경쟁력 갖기 어렵다”

김해식 실장은 김동겸 실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내년도 보험산업 전망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성장은 소비자의 보장 수요에 대응해 사업을 넓히는 것이고, 지속가능성은 그 보장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뿐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보장을 계속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두 목표를 다섯 개 질문으로 좁혔다.

이어 △어디에서 성장할 것인가 △위험 인수의 조건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장기 지급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 구조는 무엇인가를 차례로 제시한 뒤, 마지막 질문으로 “잘못된 판단을 발견했을 때 사업을 수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를 던졌다.

김해식 실장은 성장 영역으로 건강과 연금, 신(新)위험 세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연금에 대해 그는 “퇴직연금과 관련해 보험업의 비교우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그것은 장수위험에 대한 보장”이라며 “이것이 결합되지 않는 보험업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보험에 대해서는 “AI가 주도하는 성장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기업성 보험인데, 물론 우리가 하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새 영역을 찾는 일 못지않게 지금 쥐고 있는 위험을 다시 보는 일도 과제로 꼽혔다.

그는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자산과 상품이 AI나 반도체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며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함에도 실제로는 집중위험에 상당히 노출돼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러 회사가 같은 상품 구조와 가정에 의존하면 하나의 변화가 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식 실장은 내부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자성도 이어갔다. 그는 “영업·상품 부서가 설명한 현장의 변화를 계리와 위험관리의 판단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제일 안 되는 부분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책 당국을 향한 당부로 발표를 맺었다. 그는 “감독 기준을 충족한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가 어떤 근거로 대응을 선택했는지, 그 조치가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감독 가이드라인이 회사의 경영 판단을 대신하는 형태가 돼서는 지금의 시장 구조를 고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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