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안정 속 변화’ 택했다…한종희·경계현 ‘투톱’- 이영희, 첫 여성 사장

대외 불확실성 현실 고려…경영 안정 우선
‘인재·기술 중시’ 방점 여성·기술 인재 기용
김우준 사장, 네트워크 사업 성장 공로 인정
남석우, 반도체 개발·제조 통해 초격차 선도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의 인사 키워드 역시 앞서 인사를 실시한 LG, SK 등 주요 그룹과 마찬가지로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경영 안정에 방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안정을 추구하는 기조 속에서도 혁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첫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 사장을 기용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기술 인재들도 대거 중용했다.

삼성전자는 5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의 사장단이 새롭게 꾸려졌다.

먼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등 ‘대표이사 투톱 체제’는 유지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 봉쇄, 미국의 통화 긴축, 미·중 무역 분쟁 등 어려운 대외 여건으로 인해 전 세계가 경기 불황에 직면한 가운데,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대표이사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현 체제 유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회장은 줄곧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 몸담아 온 인물로, 지난해 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 10월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던 이재승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한 부회장은 해당 사업의 수장도 겸하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새로운 사장이 부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지만, 새 인물이 선임되지 않으면서 한 부회장이 앞으로도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DS부문을 이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해 삼성전기에서 삼성전자로 발령받았다. 일각에서는 경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높이 점치기도 했으나 불발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며 “미래 준비를 위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 중심의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그룹내 사상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그간 여성 인재가 삼성 계열사 사장을 맡은 것은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1964년생으로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광고마케팅학을 공부했다. 이후 부레오버넷코리아,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코리아, 로레알코리아 등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사장은 ‘갤럭시 ’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이끌었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에 임원으로 영입된 뒤 DMC연구소 전략마케팅팀에서 휴대폰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갤럭시 시리즈의 브랜드 안착과 흥행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와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재계는 그간 여성 친화적 행보를 걸어 왔던 이 회장의 뜻이 이번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삼성전자 수업사업장에서 진행된 여성 인력 간담회에서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밝힌 바 있다.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네트워크 사업 성장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과감히 승진시켰다. 반도체 사업의 개발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핵심 사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 의지를 다시 확고히 했다.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직에 올랐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김 사장은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 차세대전략그룹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영업·기술·전략 등 다방면에서 성장을 주도했다.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은 반도체 공정 개발·제조 전문가다. 향후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 제품 공정 개발을 이끌어 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은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공정 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 과정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통해 메모리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사장 승진과 함께 반도체 사업 CTO로서 반도체 전 제품의 선단 공정 개발을 선도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SBS 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과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박승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박 사장은 이인용 사장이 맡았던 삼성전자 CR(Corporate Relations)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인 양걸 부사장은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직에 올랐다. 중국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안목을 바탕으로 향후 반도체 이슈 대응 등 중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전경훈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은 DX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승현준 DX부문 삼성리서치장은 DX부문 삼성리서치 글로벌 R&D 협력담당 사장으로 위촉 업무가 변경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인사가 이 회장이 강조한 ‘인재와 기술 중시’에 기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 귀국하는 와중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미래 경쟁력 강화의 기틀이 될 기술 인재들을 대거 중용하고, 또 역량과 성과가 있는 첫 여성 사장을 발탁하며 인재 중심 비전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후 조만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순에는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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