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플랫폼법인가] ① 자율기조에서 돌연 사전규제로 ‘급선회’…“네이버·카카오 등 토종기업만 잡는다”

윤 정부 출범 3개월차부터 ‘플랫폼 자율규제’ 추진
자율규제 관련 법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달 만에 뒤집혀
‘사전규제’ 플랫폼법,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 업체 대거 포함
업계 “토종 플랫폼 성장·투자 막아…해외기업과 역차별 우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을 사전에 막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IT 업계는 물론 유통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횡포를 막고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정작 국내 사업자들에만 족쇄를 채우게 될 것이란 비난이 높다. 특히 플랫폼법 시행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고 스타트업 등 영세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관련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산업적으로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윤 정부 출범 초기에는 민간 사업자 중심의 자율규제를 제시했다, 돌연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플랫폼법을 들고 나오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역차별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플랫폼법 내용을 살펴보고, 국내외 산업계와 해당 기업, 소비자들에 미칠 파장 등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부가 지난해 12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을 막겠다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를 유지하며 입법까지 추진하던 정부가 사전규제로 돌연 ‘급선회’하면서, 정부부처는 물론 관련 기업, 소비자 단체들도 일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규제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다.

◇추진부터 국무회의 의결까지 1년반…민간 업계 주도 ‘플랫폼 자율규제’ 추진

윤석열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정책이 처음 등장한 건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3개월째인 202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플랫폼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한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출범했다.

협의체는 다양한 참여자를 연계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 주도의 일률적 규제보다는 민간 자율규제가 적합하다고 봤다. 따라서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원칙에 따라 플랫폼 정책을 추진하고, 법적 근거 마련, 자율규제 방안 제도화, 통합 실태조사 등을 통해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후 같은달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TF’를 발족했다. 전 정부에서 추진됐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제정이 사실상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온플법은 ‘중개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계약 할 때, 수수료 부과 기준과 상품 노출 순서 등이 포함된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이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주요 플랫폼 업체들이 독점적 위치에서 입점업체에 갑질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당시 해당 기업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해 8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출범하고, 산하에 △갑·을 분과 △소비자 분과 △데이터·AI 분과 △ESG 분과 등을 구성했다. 자율기구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구글, 메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참여했다.

분과별로 약 9개월간 논의한 결과, 지난해 5월 자율규제 방안이 발표됐다. 당시 자율규제 방안에는 오픈마켓 계약 관행 개선, 검색 노출 및 추천 기준 공개 등이 포함됐고, 입점판매자 수수료 동결 및 성장 지원 등 상생 방안도 담겨 있었다.

정부는 그동안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 운영을 통해 다양한 이용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자율규제 성과들을 도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플랫폼 자율규제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11월에는 해당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도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자율에서 ‘사전규제’로…갑작스런 ‘플랫폼법’ 등장

그러나 한 달 후인 12월 공정위는 돌연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해 사전규제한다는 점에서 전 정부서 추진됐다 이번 정부서 폐기된 ‘온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공정위가 추진중인 입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연평균 플랫폼 서비스 제공 매출액 3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월평균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전규제에 나설 방침이다.

플랫폼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여러 플랫폼에 상품을 게시하는 행위) 제한·최혜대우 등이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를 위반할 경우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거나 공정거래법 보다 상향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의 정부 제안안을 이달 공개할 예정이다. 주요 논의 포인트는 지배적 사업자의 선정 절차와 관련된 세부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대상에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IT 플랫폼 대기업들과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업계, 자율규제 준비하다 ‘뒷통수’…“토종 플랫폼 성장 원천봉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갑작스런 ‘사전규제’ 법제화 추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에 따라 내부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자율규제 준수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갑작스런 정부의 변덕에 플랫폼 업계는 사전규제 정책에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플랫폼법은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과도 반대되고, 도입시 토종 플랫폼의 성장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투자동력 또한 상실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IT관련 협단체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공정위가 플랫폼법 추진을 발표하자마자 반대 성명을 냈다. 디지털경제연합은 “구성원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며,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AI 시대에 디지털 경제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의 사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당초 공약과 반대된다는 점,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한다는 점, 그리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도 지난달 26일 펴낸 ‘디지털 산업에 대한 과도한 사전규제의 한계’ 보고서에서 “최근 디지털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추진은 지금까지 경험한 실수에도 또 다시 규제 오류를 반복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과거에도 규제 당국이 신산업 등장으로 이슈에 즉각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내 산업과 경제 현실이나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외부효과를 고려하지 않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사전규제 도입시 사업 전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소규모 서비스 출시에도 법률적 검토라든지 컴플라이언스적인 부분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 업체와의 규제 실효성 차이로 역차별을 겪게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