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플랫폼법인가] ② 구글·애플 빅테크 규제 가능할까…“네이버·카카오만 족쇄 채운다”

해외 기업은 규제 그물망 빠져나가…국내 기업만 옥죄는 ‘역차별’ 가능성 커
EU 규제장치 벤치마킹…시장상황 달라 국내기업 보호 어려워
사전규제에 국내 플랫폼 신사업 추진 제동…정부가 국내기업 ‘성장저해’

최근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을 사전에 막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IT 업계는 물론 유통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횡포를 막고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정작 국내 사업자들에만 족쇄를 채우게 될 것이란 비난이 높다. 특히 플랫폼법 시행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고 스타트업 등 영세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관련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산업적으로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윤 정부 출범 초기에는 민간 사업자 중심의 자율규제를 제시했다, 돌연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플랫폼법을 들고 나오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역차별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플랫폼법 내용을 살펴보고, 국내외 산업계와 해당 기업, 소비자들에 미칠 파장 등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은 당초 ‘경쟁 촉진’이라는 의도와 달리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에 족쇄를 채우는 사전규제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적용 대상이 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얼마나 실효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플랫폼 사전규제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잡아내지 못하면서, 국내 IT 기업들만 규제하는 역차별법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이 ‘플랫폼법’의 규제를 빠져나가는 동안 국내 기업의 성장성이 저해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  모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법 적용 대상)’로 지정될 방침이지만, 문제는 법 적용의 실효성이다. 구글, 애플 등 해외 기업들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국내 토종기업만 규제의 그늘에 성장성이 제한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중인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들의 발만 묶는 ‘규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사업자의 연매출 산정 문제로 인해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역차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해외 플랫폼 사업자는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요건 중 하나인 ‘GDP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연매출액’의 산정이 어렵다. 공정위는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정위의 집행이 가능한지 여부는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 빅테크를 국내법으로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인앱결제 방지법’ 등 상황으로 이미 증명됐다. <출처=연합뉴스>
해외 빅테크를 국내법으로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인앱결제 방지법’ 등 상황으로 이미 증명됐다. <출처=연합뉴스>

실제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국내법으로 규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인앱결제 방지법’의 경우, ‘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과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 양사 모두 편법으로 규제장치들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에 과징금 680억원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고 진행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플랫폼법’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사전규제를 충실히 이행하지만, 이와달리 해외 기업들은 ‘본사 방침’을 이유로, 또 통상현안 등을 이유로 사전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비교적 규모가 작은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들이 규제의 그물망에서 빠져 나갈 경우, 국내 기업들이 당하는 피해 정도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법을 근거로 해외 빅테크들을 사전규제 하는데 대한 반발도 현실화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상공회의소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한국의 플랫폼법 도입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는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모범적인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들을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추진중인 ‘플랫폼법’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DMA가 ‘자국 플랫폼 보호’ 방안인 것과 달리 ‘플랫폼법’은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U는 ▲연 매출 75억 유로(10조원) ▲시가총액 750억 유로(106조원) ▲월간 플랫폼 이용자 4500만명 ▲3개국 이상 진출 등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 규제하는데 이는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EU의 규제명단엔 유럽 기업이 한 곳도 없다. 미국 기업인 애플·MS·알파벳·아마존·메타·틱톡과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DMA 규제 대상에 속하는데, 6개 기업 중 미국 기업이 5곳이다. EU는 해당 기업들을 규제함으로써 자국 기업들을 보호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일명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일명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반면, 국내에서 공정위가 논의 중인 ‘플랫폼법’은 사실상 ‘네카오’로 불리는 국내 기업들을 규제의 우선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규제 내용은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멀티 호밍 ▲최혜대우 요구 등 4가지 행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사전 규제로 인해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을 주 무대로 성장해온 토종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로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직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 성장성까지 저해 받게 될 경우, ‘성장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온라인 플랫폼은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한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집단으로 공시된 기업 7곳의 지난 2022년 합산 매출액은 55조3447억원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 빅테크 5대 기업 매출의 2.9%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글로벌 점유율이 취약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높여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전규제로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플랫폼법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정책 취지와는 다르게, 사전규제가 국내 토종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 뜨리고 반대로 글로벌 빅테크들의 입지를 더 확장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법을 추진중인 정부 또한 역차별 우려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최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 행위로 인해 중소 사업자나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고, 큰 틀에서 정부 역할과 입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중 규제문제, 스타트업 성장 발달 저해, 한미 무역 마찰 등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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