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 사상 첫 100개 돌파…‘K-방산 특수’ 한화, ‘톱5’로 도약

공정위,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개 지정
K-뷰티·푸드 열풍에 한국콜마·오리온 등 11개 신규 진입
쿠팡 김범석, 사익편취 우려에 ‘동일인’으로 변경 지정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 대기업집단(그룹)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섰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방위산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방산 계열사를 품은 한화가 재계 순위 5위로 도약하는 등 산업 지형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5월 1일 자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102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538개)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92개) 대비 10개 늘어난 수치로, 대기업집단 제도가 도입된 이래 그 수가 100개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산 12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전년 대비 1개 늘어난 47개로 집계됐다.

이번 지정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화그룹의 순위 상승이다. 한화는 전 세계적인 방위산업 호황에 힘입어 자산 규모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7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5위에 안착했다. 대외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K-방산의 경쟁력이 기업의 압도적인 양적 성장으로 이어진 결과다. 한화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62위→53위), 엘아이지(69위→63위) 등 주요 방산 기업들 역시 일제히 순위가 상승하며 방산업계의 약진을 증명했다.

신규 지정된 11개 기업집단을 살펴보면 최근 산업 트렌드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타고 K-뷰티와 K-푸드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콜마와 오리온이 새롭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제약바이오 주력사업 매출 증가가, 오리온은 제과류 해외 매출 확대가 각각 견인차 역할을 했다.

주식시장 활황의 영향도 뚜렷했다. 증권업 중심의 다우키움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상향 지정(49위→47위)됐고, 토스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진입했다. DB(40위→37위), 대신(76위→69위) 등 증권 계열사를 둔 집단들의 순위도 동반 상승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른 지각변동도 두드러졌다. 교보생명보험은 SBI저축은행 인수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상향 지정(47위→42위)됐고, 애경산업을 인수한 태광(59위→48위), 티웨이항공을 인수한 소노인터내셔널(64위→52위)의 순위가 크게 올랐다. 웅진은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해 신규 지정됐다.

귀금속 가격 및 환율 상승 영향으로 희성과 일진글로벌도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이 밖에 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쉴더스, 대명화학, QCP그룹(舊 큐로홀딩스)이 신규 지정됐으며,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영원은 지정에서 제외됐다.

동일인 변경도 이번 지정의 주요 특징이다. 쿠팡은 동일인이 법인(쿠팡Inc.)에서 자연인 김범석으로 변경됐다. 공정위 현장점검에서 김범석의 동생 김유석이 부사장(Vice President)급으로 주요 사업의 업무집행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돼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 불충족 판단이 내려졌다. 중흥건설은 정창선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으로 동일인이 승계됐으며, 두나무는 법인 동일인을 유지하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지정결과를 바탕으로 주식소유현황(8월), 채무보증현황(9월), 내부거래현황(11월) 등 분석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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