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vs 비메모리 성과급 갈등 ‘위험 수위’…“파운드리 직원 80%가 이직 고민”

초기업노조, DS 부문 직원 대상 이직 의향 설문 조사
파운드리 81.5% “이직 의사”…시스템LSI는 75.4%
메모리는 32.7% 그쳐…메모리 유리한 성과급 구조 탓
DX 부문, 699만6000원어치 자사주 받아…박탈감 호소
‘억대 보상’ 받는 DS 부문과 성과급 격차 ‘천지’ 차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노사가 함께 마련한 임금 협약에 따라 ‘억대 성과급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과급 제도 개편 과정에서 비반도체 직원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불만이 폭발한 데 이어,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내에서도 성과급 격차로 인해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직을 고려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반도체 호황의 최대 수혜주인 메모리에 성과급이 집중되면서 비메모리와 비반도체의 박탈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삼성전자 직원들의 ‘탈삼성’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지난달 17~30일 DS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향후 2년 내 이직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사업부별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파운드리사업부 직원 81.5%는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이직 의향이 ‘매우 높다’고 밝힌 직원은 무려 약 62%에 달했고, ‘높다’고 답한 직원도 19%나 됐다.

이는 DS 부문 내 7개 사업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DS 부문 전체 평균이 49.5%라는 점을 고려할 때, 파운드리사업부의 이직 의사가 32%p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비단 파운드리 뿐만이 아니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이직 의향도 75.4%나 됐다. 반도체연구소 또한 60.6%를 기록했다. 

반면 역대급의 실적으로 7억원대의 성과급이 보장된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의 이직 의사는 32.7%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파운드리, 시스템LSI, 반도체연구소 등 비메모리와 메모리 간 이직 의향이 크게 엇갈린 것은 새로 만들어진 특별 경영 성과급 제도가 메모리사업부에 보상이 집중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5월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6년 임금 협약 조인식’. <사진=삼성전자>
5월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6년 임금 협약 조인식’. <사진=삼성전자>

올해 임금 협약에 따라 새로 마련된 DS 부문 한정 특별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수준을 재원으로 삼는다. 지급 상한도 없다. 성과급 재원은 전체의 40%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에, 나머지 60%를 사업부에 배분한다. 사업부 몫의 재원 중 공통 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를 영업익으로 본다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383조원의 10.5%인 40조215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된다.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 40조2150억원 중 DS 부문 공통 재원 40%는 16조860억원이다. 이를 지난해 말 DS 부문 직원 수 7만8064명으로 나누면, DS 부문 직원 1인당 2억606만원을 지급 받는다.

각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되는 재원 60%는 24조1290억원이다. 올해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일한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가 해당 재원을 독식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말 메모리사업부 직원 수 약 2만8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무려 8억원 넘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직원들은 DS 부문 공통 재원에서 지급되는 특별 경영 성과급인 2억원가량의 보상에 만족해야 한다.

결국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성과급이 수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에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직원들을 중심으로 ‘탈삼성’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번 이직 의향 조사 결과는 현장의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사측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효성 있는 인력 유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내부 갈등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반도체인 DX 부문의 성과급에 대한 불만은 압도적으로 크다.

이달 초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 협약’에 따라 DX 부문 및 CSS(컴파운드반도체솔루션)사업팀에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했다. 이번에 자기 주식을 받은 DX 부문 및 CSS사업팀 직원들은 협약 체결일인 올 5월 27일 기준 총 4만9345명이다.

약 5만명의 직원들에 대한 주식 보상에 나선 삼성은 3400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처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자기 주식 108만3434주를 처분했다. 처분 규모는 이사회 결의일인 6일 종가 31만8000원 기준 3445억원에 달한다.

해당 자사주를 4만9345명으로 나눠보면 DX 부문 및 CSS사업팀 직원 1인당 21.96주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들 직원은 이보다 조금 더 많은 자기 주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달 말 DX 부문 등 직원들에게 1인당 22.65주의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구체적으로 22주는 주식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0.65주는 현금 17만3920원으로 지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DX 부문 및 CSS사업팀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이달 6일 종가 31만8000원 기준 699만6000원어치의 자기 주식과 17만3920원의 현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DX 부문 직원들은 손에 쥔 성과급을 보며 쓴웃음만 짓고 있다. DS 부문 직원들과 성과급 격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DS 부문 가운데 적자를 낸 사업부가 억대 성과급을 받는 것을 보며, 약 700만원의 성과급밖에 받지 못한 데 대해 상당한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검은 옷을 입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은 옷을 입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다수의 DX 부문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는 올해 임금 협약에 담긴 부문 간 성과급 차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행노조는 이날 오후 늦게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정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동행노조는 “올해 임금 교섭에서 자행된 불합리한 DX 부문 소외 등을 지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동행노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2400여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말 DX 부문 직원 수 5만817명의 4.7%에 달하는 수치다.

비단 집회뿐만 아니다. 동행노조는 성과급 격차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달 매주 화요일마다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블랙데이’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또다른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DX 부문장 사장 등 두 대표이사에 부문 간 성과급 격차와 DX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 14일엔 “사측에 버려진 DX 부문에 사망을 선고하는 날이다”며 수원캠퍼스 앞에 합동 분향소를 차리기도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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