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통합교섭’ 요구 집회…22일 노동위 판단 ‘촉각’

노조, 15개 계열 법인 통합교섭 요구…“공통 의제는 본사, 법인별 사안은 보충교섭”
네이버 ‘사용자성’ 놓고 노사 충돌…사측 “계열사 근로조건 실질적으로 결정할 지위 없어”
경기지노위 22일 ‘통합교섭 공고 시정신청’ 첫 심판…노사, 교섭권·절차 두고 맞대결

2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1784’ 1층에서 열린 ‘통합교섭, 행동의 날’ 집회에서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네이버지회 통합교섭 유튜브 라이브 캡처>

네이버지회가 15개 계열 법인을 아우르는 통합교섭을 요구하며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측은 계열사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지위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판회의에서 네이버의 ‘사용자성’이 어떻게 판단되느냐가 IT 업계 노사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1일 이수운 네이버지회 사무장은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1784’ 1층에서 열린 ‘통합교섭, 행동의 날’ 집회에서 “두 달이 지나도록 사측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법적 절차에 들어가 내일 결과가 나온다”며 “상식적인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이 집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는 끊임없이 자회사·계열사·손자회사를 갈라치기하면서 차별을 두고 있다”며 “분리된 운영, 분리된 책임, 회피에만 유리한 시스템을 두고서는 네이버를 함께 지켜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도 “지금 네이버 계열 법인의 분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 당사자인 우리가 통합교섭을 얼마나 원하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8월 20일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을 연 뒤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근무환경 개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마련 △역량 강화 복지 지원 △전사 통합 노조 활동 인프라 구축 등 5개 분야를 요구했다. 이후 9월 3일과 10월 1일에도 추가 공문을 보냈지만, 네이버는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개별 교섭의 비효율과 계열사 간 차별 해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노조 측은 “복붙(복사·붙여넣기) 교섭을 여러 번 하지 말고 이제는 통합교섭을 하라”며 “네이버가 만든 성과는 모든 계열사가 공동으로 만든 결과인 만큼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계열사가 없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창훈 네이버클라우드 소속 대의원은 “인건비·재원·성과보상 기준·고용대책처럼 모회사가 실제로 결정하는 공통 의제는 모회사가 참여하는 기본교섭에서 다루고, 법인별 사정은 보충교섭에서 정하자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라며 “이미 스마일게이트와 NC소프트는 여러 계열사를 묶어 통합교섭을 진행하고, 넥슨도 모회사 단합 결과가 자회사에 연동되는 구조를 안착시켰다”고 말했다.

네이버노조는 이날 본사가 통합교섭 요구를 거부한 핵심 사유가 적힌 대형 공문 찢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네이버지회 통합교섭 유튜브 라이브 캡처>

이번 갈등의 핵심은 네이버가 계열사 노동자에 대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으면 7일간 그 사실을 공고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네이버지회는 지난 2일 경기지노위에 ‘통합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을 냈다. IT 업계에서 통합교섭 요구와 관련해 노동위에 공고 시정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지분 구조, 매출·사업 종속성, 인사이동, 근로조건 결정 과정 등을 근거로 네이버가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한다. 반면 네이버는 “계열 법인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즉 법인별 독립성을 근거로 본사의 공고 의무와 통합교섭 참여를 부인하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지회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그룹 차원에서 사업 방향과 투자, 조직개편을 결정하지만 그 결정으로 생긴 문제는 개별 법인 노동자들이 각자 담당하고”있다“며 “통합교섭은 함께 결정할 문제는 함께 책임지고, 실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교섭에 나서라는 당연한 요구”라고 말했다.

경기지노위는 다음 날인 22일 이번 시정신청에 대한 첫 대면 심판회의를 연다. 판단이 노조 쪽으로 기울면 네이버는 통합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이후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두고 추가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사측 입장이 받아들여지면 계열사별 개별교섭 구조가 사실상 유지된다. 어느 쪽이든 개정 노조법 이후 대기업 그룹의 원청-자회사 관계와 노동자 교섭권을 가늠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오세윤 지회장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형식적 법인격 뒤에 숨은 진짜 사용자 네이버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해, 법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증명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통합교섭을 거부한 이유와 노조의 시정 신청에 대해 별도로 설명하거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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