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분기 영업이익도 83조원을 넘어서며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익성이 극대화 된 덕분이다.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공급이 크게 딸리면서,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SK는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향후 3년 간 HBM 물량이 사실상 ‘솔드아웃(완판)’됐다고 공식화했다.
초호황이 지속되면서, 주주친화 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이번에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올 한해에만 100조원에 달하는 주주 환원을 단행한다.
SK하이닉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104조615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4조4489억원 대비 327.9% 증가한 수치다. 분기 매출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익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올 3분기 영업익은 83조33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3834억원 대비 632.1% 급증했다. 이에 따라, SK는 올 2분기에 세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1분기 만에 다시 경신했다. 직전 분기인 올 2분기 매출은 79조3187억원, 영업익은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은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칩 수요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칩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매 분기 대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6세대 HBM ‘HBM4’ 출하가 본격화한 가운데, 서버용 DDR5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D램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며 “낸드플래시에서도 321단 TLC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가 확대되며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제품 전반이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왼쪽)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HBM 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SK하이닉스는 여러 항목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80조원을 상회하는 분기 영업익은 SK하이닉스가 지난 한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익을 크게 앞선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7조2063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79.7%로, 직전 분기인 2분기 76.3%보다 3.4%p나 늘었다. 1만원 짜리 제품을 팔아 7970원의 이익을 남긴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반도체 업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대만 TSMC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올 3분기 TSMC의 영업이익률은 58.7%였다.
역대급 실적 호조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재무 건전성은 한층 탄탄해졌다. 올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14조5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26조5000억원 늘었다. 차입금은 2조8000억원 줄어든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순현금은 98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SK는 AI 메모리 칩 수요 확대로 향후 더 큰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30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현재 AI는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응대, 검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성 향상과 신규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이같은 AI 사용량 증가는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여기에 AI 투자의 주체가 소수 기업에 의존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일반 기업과 국가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게 SK의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용·개인용 AI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피지컬 AI로 시장이 확대되며, 장기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 봤다. 특히 메모리 공급이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칩 수급난은 2030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사진=SK하이닉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먼저, 1c(10나노급 6세대) 공정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DDR5와 AI 서버용 LPDDR5 SOCAMM 판매를 늘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 한다는 전략이다.
또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해 연말까지 청주 M15X 생산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HBM4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의 요청 물량은 당사가 공급 가능한 물량의 두 배를 상회할 정도로 강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 4분기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모두에서 5세대 ‘HBM3E’를 앞지르며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SK가 HBM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 사업은 앞으로도 과거 사이클의 피크를 훨씬 상회하는 높은 수익성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확보한 장기공급계약(LTA) 물량과 현재 고객사들과 협의 중인 수요를 종합하면 2029년까지 3년 간 HBM 물량은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그동안 기술 경쟁력으로 쌓아 온 고객사의 신뢰가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수요에 대한 가시성과 수익 안정성을 갖춘 사업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낸드의 경우, 올 4분기 321단 공정 비중을 국내 생산 능력의 절반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통해 고성능·고용량 eSSD 공급을 늘려 나간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대역폭플래시(HBF)와 시스템 최적화 기술을 바탕으로, 낸드를 AI 서비스의 처리량과 경제성을 높이는 핵심 솔루션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HBM4 16단. <사진=SK하이닉스>
최근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개발 중인 차세대 D램 기술 ‘4F²(포에프스퀘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4F² 아키텍처는 오늘날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다. 현재 D램 시장에서는 ‘6F²(식스에프스퀘어)’ 아키텍처가 주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웨이퍼 제조 공정에서 포토리소그래피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소 선폭(간격)을 ‘F’라고 일컫는다. 이에 따라 4F²는 메모리 1개 단위의 크기가 ‘F 제곱의 4배’, 6F²는 ‘F 제곱의 6배’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4F²가 6F²보다 더 미세한 회로 구조다.
6F²에서 4F²로 업그레이드되면 단위 면적 내 트랜지스터 숫자는 늘고 메모리 집적도는 높아진다. 그러나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율과 신뢰성, 원가 경쟁력 등을 우선 제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극자외선(EUV) 기반 미세화와 공정 혁신을 통해 기존 6F² 구조를 추가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적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는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이 검증된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며 “기술 구현과 실제 상용화 시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K는 양산 과정의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이 검증된 6F²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되, 향후 4F²와 3차원(3D) D램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향후 수년 간 호실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SK는 이날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다.
이로써 최근 완료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이어 올해 연간 100조원의 주주 환원을 단행하게 됐다. 100조원 중 현금 배당 규모는 30조원 이상,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규모는 60조원 이상이다. 올 3분기 현금 배당액은 14조원이다. 배당금은 주당 2만원으로, 실적 개선을 반영한 배당 1만원과 키옥시아의 지분 매각에 따른 차익을 배당하는 특별배당 1만원으로 구성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키옥시아의 경우, 투자 수익 대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올 3분기 자사주 매입액은 20조원이다. 매입할 자사주 가운데 주주 환원 목적의 10조원은 전량 소각할 예정이고, 나머지 약 10조원은 임직원 보상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견조한 메모리 수요 성장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고, 이를 주주와 꾸준히 나누겠다”고 밝혔다.

미국 솔리다임 본사. <사진=솔리다임>
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솔리다임 기업공개(IPO) 중단 결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냈다. 곽 사장은 “IPO는 외부 자본을 활용해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고, 당사의 투자 부담을 덜어 주주 환원 여력을 넓히기 위한 방안이었다”며 “다만 최근 금융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검토를 중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사는 전략적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그 대부분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주주 환원 여력을 그 성과로 채워,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이어가면서도 주주 이익을 지키기 위함이다”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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