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험 모집질서 건전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이 판매 채널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불완전판매와 부당승환이 되풀이되는 보험 모집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보험 모집시장의 핵심 문제가 판매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라는 진단이 나왔다. 보험 상품 추천의 실질적 권한은 대형 판매조직으로 넘어갔지만 책임 체계는 전속 모집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공시를 늘리기보다 소비자가 추천의 근거를 검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 모집질서 건전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모집질서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보험 모집시장의 문제는 일부 판매자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어떤 보험 상품을 추천할지 결정하는 영업조직의 힘은 커진 반면 계약 유지와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은 이를 뒤따라오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보험 상품의 특성이 문제를 키운다고 봤다. 그는 “보장의 실질적 가치는 사고가 난 뒤에야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 가입 당시 설명이 적절했는지 소비자가 검증하기 어렵다”며 “잘못 선택해도 금전적 손실이나 재가입 제약 때문에 쉽게 되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판매 구조가 판매자 의존도를 굳혔다면서 “비전속 채널 비중이 60%를 넘었고 대형 GA는 2010년 22개에서 2025년 72개로 늘었다”며 “소비자가 상품을 독립적으로 고르기보다 판매자의 추천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구조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상 구조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보험 계약은 오래 유지돼야 가치가 실현되는데 판매자의 보상은 계약 초기에 쏠려 있다”며 “여기에 시책비와 정착지원금 경쟁이 더해지면 새 계약을 확보하거나 판매조직을 옮길 유인이 커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규 설계사 중 1년 뒤에도 정상 영업하는 비율은 약 50% 수준”이라며 “담당 판매자가 바뀌면 기존 계약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새 상품으로 옮기는 부당승환 위험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소비자 설문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의 80% 이상이 수수료 수준에 따라 추천 보험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비용 정보를 확인한 경험은 20~30% 수준에 머문다”며 “공시제도가 도입됐다는 사실만으로 이 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 정보의 양보다 검증 가능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해지와 승환도 맞물려 있었다면서 “소비자의 60%가량이 최근 2년 내 해지 경험이 있는데 보험료 부담과 목돈 필요 등 경제적 요인이 주된 사유”라며 “해지 후 재가입한 소비자의 58.9%는 새로운 판매자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험 모집질서 건전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공시 추가만으론 한계…청약 단계서 소득 대비 보험료 점검해야”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개선 과제로 △제도 안착 △공시 실효성 △판매조직 책임성 △적합성 원칙 실질화 △자기선택 환경 조성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비교설명 의무에 대해서는 “확인서에 형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어떤 후보 상품을 비교했는지, 추천 사유가 충분히 설명됐는지 사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GA를 두고는 “이미 상당한 판매 역량과 보험 상품 추천 권한을 가진 핵심 시장 참여자”라며 “규정 보유 여부보다 실제 영업 현장의 통제력, 민원 처리, 반복적 불완전판매 예방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적합성 원칙에 대해서는 “적합성은 보장 필요성뿐 아니라 장기간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지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청약 단계에서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 기존 보장과의 중복 여부, 갱신 시 부담 가능성을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 제공 방식의 전환도 요구했다. 그는 “직접 비교를 선택한 소비자의 54.8%가 정보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다는 점”이라며 “공시를 계속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시장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모집질서 개선은 판매자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장기적 이익과 판매자의 보상·책임을 일치시키는 문제”라며 “이런 변화가 함께 이뤄질 때 불완전판매와 부당승환을 줄이고 보험 모집시장에 대한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끝맺었다.
이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축사를 통해 “과도한 판매수수료 부과 및 설계사 영입 경쟁에 따른 부당승환, 불완전판매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피해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4000여 개 GA와 33만명이 넘는 설계사의 위법행위를 개별적으로 적발·제재하는 사후적 감독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GA의 내부통제와 판매책임을 강화하고 불건전 영업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등 관련 법제도의 종합적인 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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