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6년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익의 절반 이상은 지난해 연결로 편입한 한화오션에서 나왔고, 주력인 지상방산의 이익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방산 대장주로 불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방산·조선·우주를 아우르는 복합 중공업 기업의 외형을 갖췄다. 본지는 세 차례에 걸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익 구조의 재편, 유럽 방산 수출과 미국 조선 진출이라는 두 성장 축, 대규모 투자와 지배구조·주주환원을 둘러싼 과제를 순서대로 진단한다. <편집자 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의 사상 최대 실적 이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과 지배구조 논란이 자리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오너 승계 논란과 맞물리면서 성장의 비용을 누가 치르느냐가 핵심 쟁점이 됐다. 사상 최대 실적이 곧 주주 이익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3월 국내 증시 사상 최대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표 직후 주가가 하루 만에 약 13% 급락했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 지분 희석을 감수하며 유상증자를 택한 배경을 두고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특히 유상증자 직전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사들여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한 거래가 함께 드러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회사는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오너 계열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이 과정은 대규모 자본거래에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자금 조달의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있다. 한화에어로는 2028년까지 11조원 이상을 투자와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매출 확대를 위한 해외투자 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R&D 1조56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 2조2900억원, 항공우주 인프라 9500억원 규모다. 조선해양·에너지 분야 신규 투자도 별도로 검토 대상에 올렸다.
관건은 이 11조원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회사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재원의 축으로 삼되 차입과 유상증자를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총차입금은 올해 6월 말 15조444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6% 늘었고, 순차입금은 6조2126억원으로 순차입금비율이 27%에서 31%로 높아졌다. 유동비율은 108%로 지난해 말(102%)보다 나아졌으나,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향하는 동안 재무 부담이 커지는 흐름을 보였다. 방산·조선의 수주가 실제 현금 유입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될지가 투자 여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제도 환경도 달라졌다. 한화에어로 유상증자는 상법 개정 논의를 가속한 변수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지난해 7월 22일부터 시행됐고, 독립이사 제도와 감사위원 선임 시 3%룰 등은 올해 7월 23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자본거래에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고려할 법적 책임이 커졌다. 향후 유사한 자금 조달이나 인수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이전보다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사진제공=한화그룹>
수익성 측면의 부담도 남아 있다. 항공우주 부문은 흑자로 전환했으나, 미국 프랫앤휘트니(P&W)와의 국제 공동개발(RSP) 사업에 포함된 기어드터보팬(GTF) 엔진에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엔진을 원가 이하로 공급한 뒤 장기 유지보수로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인도 대수가 늘수록 초기 손실이 쌓인다. 이 때문에 항공우주의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확대 국면에서 주주환원 약속의 이행 여부는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6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28년까지 주당배당금 3500원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선(先) 배당금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설정 등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11조원 규모의 투자와 순차입금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잉여현금흐름을 투자와 배당에 어떻게 배분할지가 관건이다.
주주환원의 실제 성적표는 엇갈린다. 회사는 지난해 결산 배당을 주당 7000원으로 전년(3500원)의 2배로 늘리며 환원 확대 기조를 보였고, 2029~2035년에는 영업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환원 규모를 더 키우겠다고 예고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도 병행한다. 반면 유상증자로 신주가 대량 발행되면서 한 주당 가치는 떨어졌다. 배당 총액이 늘어도 불어난 주식 수를 감안하면 주주 1인당 실질 이익이 그만큼 커질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지난해 배당 7000원은 유상증자로 늘어난 주식 전부에 대한 배당이며, 이는 전년의 2배 수준”이라며 “1인당 실익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한화에어로가 성장의 과실을 주주와 어떻게 나눌지가 앞으로의 기업가치를 결정할 변수로 남아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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