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승계셈법]②이행명 명인제약 회장, 두 딸에 96만주 증여…“‘아빠찬스’로 단숨에 강남 빌딩주 됐다”

이행명 회장, 상장 7개월 만에 두 딸에 96만주 증여…합산 지분 22%
‘메디커뮤니케이션’, 명인제약이 광고 몰아주기·부동산 지원으로 외연 확장
10년간 누적 배당금만 358억 추산…‘승계 시드머니’ 활용 주목

명인제약 창업주 이행명 회장이 두 딸에 회사 지분을 넘기면서, 경영승계를 향한 지분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경영승계 목적의 상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 회장이 상장 7개월 만에 두 딸에 보유주식의 96만주를 증여하면서, 사실상 2세 승계를 공식화 했다.

특히 두 딸은 명인제약 지분 외에도 20여년 전 설립한 개인회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당한 자산과 현금을 축적해 왔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설립 초기 명인제약의 광고 일감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이후 부동산 임대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양적 팽창을 지속했다. 특히,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부친이 운영하는 명인제약으로부터 지급보증과 담보 제공, 건물 지분 매입 등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딸이 2015년 이후 메디커뮤니케이션과 명인제약에서 받은 것으로 확인·추산되는 배당금은 현재까지 358억원을 넘어선다.

◆ 상장 7개월 만에 두 딸에 96만주 증여…합산 지분 15.75%→22.32%

명인제약은 1985년 설립된 국내 중견 제약사로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에 특화돼 있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대표 일반의약품으로는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F’와 변비약 ‘메이킨Q’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월8일 장녀 이선영씨에 명인제약 주식 63만주, 차녀 이자영씨에 33만주를 각각 증여했다. 이에 따라, 이선영씨의 명인제약 지분율은 7.74%에서 12.05%로 4.31%포인트 상승했고, 이자영씨 역시 8.01%에서 10.27%로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지분 증여로, 두 딸의 명인제약 합산 지분율은 기존 15.75%에서 22.32%까지 확대됐다. 반면 이 회장의 지분율은 50.88%에서 43.62%로 낮아졌다.

주목할 점은 증여 시점이다. 이 회장이 두 딸에 지분을 증여한 시점은 명인제약이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공모가는 5만8000원이었지만 증여일인 5월8일 종가는 5만3800원으로 공모가를 밑돌았다. 상장주식은 증여일 전후 일정 기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결과적으로 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의 두 딸들에 대한 지분 증여에 따른 증여세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 “현금 많은데 왜 상장하나”…IPO 때부터 지분 승계 논란 점화

두 딸들에 대한 지분 증여는 명인제약이 IPO를 추진할 당시부터 제기됐던 승계 논란을 재점화 했다.

일각에서는 명인제약이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한 이유가 두 딸에 대한 지분 승계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고령인 데다, 두 딸이 이미 명인제약의 주요 주주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업공개를 승계와 연관 짓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상장 이후에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를 토대로 증여재산 가액을 산정하게 된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의 배경이 됐다.

명인제약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비상장사 라는 한계로 인재채용 에서 신약개발, 글로벌 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컸다는 입장이다. 또한 명인제약 상장 이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다만 IPO 이후 7개월 만에 실제 지분 증여가 이뤄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승계를 위한 수순 아니었느냐는 반응이 우세하다.

◆ 20년 전 두 딸이 세운 광고회사…명인제약 일감 몰아줘

두 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별도로 개인회사를 보유하면서, 경영승계를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딸들이 창업한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지난 2005년 8월 설립됐다. 설립 당시 이선영씨와 이자영씨는 각각 28세와 24세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현재까지 지분 52%, 48%를 나눠 가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의 최초 자본금은 2억원이었으며, 2017년 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거쳐 자본금이 20억원으로 늘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의 주력 사업은 명인제약 광고대행 이었다.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 변비약 '메이킨' 등을 비롯해 광고 집행이 많은 명인제약의 물량을 도맡으면서 빠르게 실적을 극대화 했다.

감사보고서 조회가 가능한 첫해인 2011년 메디커뮤니케이션의 매출은 25억5542만원, 영업이익은 10억4853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1%에 달했다. 이중 광고대행 매출이 24억1806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94.6%에 이르렀다.

이후 명인제약이 명애드컴을 설립해 광고대행 기능을 옮기기 시작한 2018년 까지 매출은 줄곧 우상향한다. 2018년 매출액은 82억5800만원, 영업이익은 47억5481만원으로, 지난 2011년 대비 각각 3.2배, 4.5배 이상 성장한다.

다만 메디커뮤니케이션이 명인제약 광고를 맡아 성장한 초기에는 두 회사 간 정확한 거래 규모가 공시상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에는 메디커뮤니케이션의 광고매출 규모가 기재돼 있었지만, 이를 명인제약향 매출로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당시에도 오너 일가가 전량 소유한 회사와의 구체적인 거래 규모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명인제약은 상장 준비 과정에서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9년 3월 광고대행업을 하는 100% 자회사 명애드컴을 설립했다. 같은 해 메디커뮤니케이션의 광고사업 매출은 사라졌고 2020년에도 광고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2021년부터 메디커뮤니케이션에도 일부 광고 일감이 다시 배정돼 2023년까지 약 23억원의 광고대행 수입이 발생했다. 명인제약은 2024년부터 광고대행을 전량 명애드컴에 맡기고 있다..

◆ 부동산으로 외연확장…빌딩 구입 때 마다, ‘아빠찬스’ 지원

메디커뮤니케이션의 성장 과정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광고대행으로 확보한 현금을 기반으로 부동산 임대업 까지 사업을 넓힌 점이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2011년 이후부터 부동산 임대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같은 해 5월 화일약품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화일빌딩을 85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으로부터 45억원을 차입했고, 이 과정에서 아빠기업인 명인제약이 지급보증을 섰다.

이후 부터, 부동산 임대 사업 규모가 대폭 커졌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2015년 8월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원 사옥을 938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명인제약 서울사옥으로 사용되는 명인타워다.

명인타워 인수 과정에서도 명인제약의 지원이 이어졌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기존 은행 차입금 외에 273억원을 추가로 빌렸고, 이 과정에서 명인제약은 238억원 규모의 지급보증과 55억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했다. 이어 2016년 명인제약이 건물 지분 48%를 475억원에 사들이면서 메디커뮤니케이션 52%, 명인제약 48%의 공동소유 구조가 고착화 됐다.

결과적으로, 두 딸의 개인회사인 메디커뮤니케이션은 명인제약 광고 일감을 통해 이익을 축적한 뒤, 이를 기반으로 부동산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명인제약의 지급보증과 담보 제공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 광고거래 끝났지만 … 명인제약이 임대비 지원

명인제약이 명인타워로 서울사옥을 이전하면서, 메디커뮤니케이션은 광고대행 대신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명인타워의 지분은 메디커뮤니케이션 52%, 명인제약 48%다. 명인제약은 해당 건물 가운데, 메디커뮤니케이션의 몫을 임차 사용하면서 임대료와 보증금을 지급하고 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임대료 수익으로 △2021년 35억3710만원 △2022년 56억2867만원 △2023년 59억1636만원 △2024년 60억9408만원 △2025년 65억6513만원을 거뒀다. 이 중 명인제약에서 올린 임대수익만 △2021년 20억9794만원 △2022년 21억1228만원 △2023년 22억6998만원 △2024년 22억8395만원 △2025년 23억5380만원에 달했다.

임차보증금 규모도 상당하다. 명인제약이 메디커뮤니케이션에 제공한 임차보증금은 182억원이며, 명애드컴이 맡긴 42억원까지 합하면 224억원에 달한다.

실제 IPO 과정에서 다른 입주업체 보다 보증금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명인제약은 향후 계약갱신 과정에서 제3자 거래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 명인제약 등 누적 배당금만 358억 추산…‘승계재원’ 활용 주목

이 회장의 두 딸은 명인제약과 개인회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상당한 현금을 확보해왔다.

비상장 시절 명인제약 감사보고서에는 두 딸의 개별 지분율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 다만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IPO 이전 이선영씨는 113만주(10.09%), 이자영씨는 117만주(10.45%)를 각각 보유중 이었다.

이를, 명인제약의 연도별 배당액과 두 사람의 보유주식 수를 토대로 계산하면, 2016~2025 사업연도에 두 자매에 돌아간 배당금은 총 276억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부터 IPO 이전까지 이선영씨가 113만주, 이자영씨가 117만주를 계속 보유했다는 전제로 산출한 금액이다. 이선영씨가 약 135억6000만원, 이자영씨가 약 140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실제, 명인제약은 이 기간 동안 꾸준히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연간 총배당액은 △2016년 56억원 △2017년 196억원 △2018년 84억원 △2019년 140억원 △2020년 196억원 △2021년 112억원 △2022년 224억원 △2023년 56억원 △2024년 112억원 △2025년 219억원 이다.

특히 올해 5월 지분 증여 이후에는 배당 규모가 더 커졌다. 명인제약은 총 73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는데, 이중 이선영씨에 8억8000만원, 이자영씨에 7억5000만원 등 총 16억3000만원을 배정했다.

두 사람이 지분 100%를 보유한 메디커뮤니케이션도 별도의 배당이 이뤄졌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2015년 6억원, 2022년 20억원에 이어 2025년에도 40억원을 현금배당 했다. 2011년 이후 확인되는 누적 배당액은 총 66억원이다. 지분율 52%, 48%를 적용하면 이선영씨가 34억3200만원, 이자영씨가 31억6800만원을 각각 배당 받은 셈이다.

명인제약의 2016~2025사업연도 배당금 276억원과 올해 중간배당 16억3000만원, 메디커뮤니케이션 배당 66억원을 모두 합하면 최근 10년간 이 회장의 두 자매에 귀속된 것으로 확인·추산되는 배당금만 총 358억3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배당금은 이 회장이 두 자매에 지분을 제공한데 따른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 경영은 전문경영인에…두 딸에 22% 지분 제공

다만, 명인제약의 경영승계 방식은 오너 2세가 직접 대표에 올라 회사를 경영하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회장은 올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이관순·차봉권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장 역시 자녀들에게 제약회사 경영을 맡길 계획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명인제약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회사 지분은 이 회장의 두 딸로 이동하고 있다. 두 딸은 이번 증여로 명인제약 지분 22.32%를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 이 회장이 보유중인 지분이 43.62% 달한다. 

결국, 전문경영인에 회사 경영을 맡기는 것과 별개로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자녀들에 어떤 속도로, 또 어떤 방식으로 추가 이전할지가 명인제약 경영승계의 셈법을 결정할 전망이다. 

한편, 명인제약 측에 최근 10년간 두 자매의 지분변동 내역과 수령한 배당금의 승계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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