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회사 중복상장을 바라보는 정부와 투자자의 시선이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은 이제 중복상장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고, 정부나 금융당국도 기업 인수 및 신규 법인 분할 등으로 인한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에 더 강도높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최근 카카오의 인적분할 사태에서 드러나듯,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고용안정과 소통부재에 따른 갈등도 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국내 일부 대기업의 경우, 지배구조의 최상단인 지주사와 그 핵심 자회사는 물론, 손자·증손 회사 까지 3~4단계에 걸쳐 ‘피라미드식 상장구조’가 고착화 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당장, 규제당국이나 투자자들은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중복상장 행태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중복상장 규제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정상적인 투자재원 유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의 중복상장 현황을 살펴보고, 특히 기업 인수 및 합병(M&A), 사업 분할, 계열사 재편 등을 통해 현재의 중복상장 구조가 어떻게 고착화 됐는지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한진그룹은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4중 중복상장’ 구조를 갖추게 됐다. 당장,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신규 기업공개(IPO) 없이 상장사가 8곳으로 늘어난 가운데, 한진은 지주사인 한진칼에서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자 회사에 이르기까지 4단계의 피라미드식 상장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출범(12월 17일)을 두 달여 앞두고, 한진그룹이 이처럼 겹겹이 쌓인 상장구조를 단순화하고 주주가치 구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주사 체제 유일 ‘4중 피라미드 상장구조’…“지주사 한진칼 에서 증손회사까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별 소유지분도와 2026년 6월 말 기준 반기보고서를 대조한 결과, 한진그룹내 상장사는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8곳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심사 대상의 모자회사 관계를 회계상 종속회사와 동일 기업집단 내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사로 정하고 있다. 지분 기준으로는 상장 모회사가 직접 20% 이상 보유한 계열회사를 포함하며, 손자·증손회사까지 간접 관계를 인정할 때는 각 단계의 지분율이 계속 50%를 초과해야 한다.
2024년 12월, 대한항공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전후로 한진그룹 내 상장계열사가 5곳에서 8곳으로, 상장사 간 직접 출자관계는 4건에서 7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아시아나와 관련 상장 자회사들이 그룹내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상장사 피라미드가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확대된 것이 가장 큰 변화로 보인다.
4중 피라미드의 핵심은 그룹내 최상단인 한진칼을 필두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아시아나IDT이다.
본지가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국내 상장계열사를 대상으로 금융당국의 모자회사 관계 기준을 준용해 분석한 결과, 최상단부터 최하단까지 관계가 인정되는 4단 상장구조는 한진과 다우키움에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집단은 한진이 유일했다.
◆아시아나 인수로 상장사 5곳→8곳…“기업결합만으로 ‘4층 피라미드’ 만들어”
대한항공은 지난 2024년 12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신주 1억3157만8947주를 취득해 지분 63.88%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한항공은 인수를 위해 총 1조50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이미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를 상장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존 ‘한진칼→대한항공’ 구조 아래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아시아나IDT’가 추가 되면서 4층 피라미드가 만들어 진 것이다.
특히 기업결합만으로, 기존 상장사들이 그룹내 지배구조 안에 겹겹이 놓이면서 다층의 피라미드식 중복상장 구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다만, 피라미드식 중복상장이 이어진다고 해도, 최상단 모회사가 하위 손자·증손회사의 가치를 그대로 온전히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0~2021년 모·자회사 동시상장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자회사 상장 직전 모회사의 기업가치 평균을 1로 놓았을 때, 상장 2년 뒤 상대 기업가치가 약 0.84 수준으로 오히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통계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다층 상장구조에서는 최상단 회사의 주주가 하위 회사의 성과를 배당과 보유지분 가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유하게 된다. 하위 상장사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의 보유지분 가치가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 3중 구조 전환…“에어부산·아시아나IDT 지분 인수하나”
다만 현재의 4층 피라미드식 구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공식 승인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오는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손자회사격인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소멸하면서, 한진칼→통합 대한항공→에어부산·아시아나IDT로 단순화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제한 규정도 재정립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24년 12월 한진칼의 손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등의 지분 보유와 관련한 행위제한 적용을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6월 말 기준으로 에어부산 지분 약 58.40%, 아시아나IDT 지분 약 76.22%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손자회사가 계열사를 증손회사로 계속 유지 하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요건에 미달하는 수치다.
유예기간은 오는 12월 11일까지다. 유예기간이 합병기일 보다 5일 먼저 끝나는 만큼, 합병에 앞서 지분 조정이나 유예기간 연장 승인 등을 통해 행위제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방안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관련 계열사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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