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임 4주년’, ‘지배구조 혁신’ 시동거나 …“등기이사 복귀·컨트롤타워 복원 ‘절실’”

이재용, 27일 취임 4주년…별도 기념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기로
사법 리스크·상속세 부담 해소…이재용, ‘뉴 삼성’ 속도 전망
“‘지배구조 혁신’ 선결돼야”…등기이사 복귀·컨트롤타원 재건 요구↑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지 꼭 4년이 된다. 지난 4년 간 그룹 총수로서 바쁘게 활약해 온 이 회장은 삼성을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총 12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완납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악재 또한 말끔히 해소됐다.

취임 4주년을 맞은 이 회장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 시키기 위해, 올해 ‘뉴 삼성’ 비전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그룹 경영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선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가 시급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을 보좌할 컨트롤타워도 서둘러 재건 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삼성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 취임 4주년인 27일 별다른 공식 행사를 열지 않는다. 아울러 별도의 메시지도 내놓지 않을 예정이다. 이는 대외적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 대신 가시적 성과로 자신의 리더십과 역량을 입증하겠다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HBM 쇼크’에서 벗어나 삼성을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새 역사를 썼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익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인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2분기(올해 5~7월) 영업익 637억3400만달러(약 84조2818억원)보다도 20조원 가량 더 많다. 삼성전자가 가히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7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익 100조원 시대’를 열게 된 것은 지난 4년 간 이 회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덕분이다. 이 회장은 자신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주요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견인했다.

삼성은 지난해 7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같은해 8월엔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과 차세대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들어갈 ‘그록(Groq)3’ 언어처리장치(LPU)를 삼성에서 제조하고 있다” 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호실적으로 인해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있는 내부를 직접 단속하기도 했다. 올 초 삼성은 그룹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이같은 메시지를 공유했다.

메시지에는 경영진들에 마냥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며 그룹 내에 확산하고 있는 낙관론을 경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회장은 “숫자(실적·주가 등 수치)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채찍은 삼성 임직원 모두가 전사적 역량을 제고하는 데 적극 매진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마중물이 됐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이 회장을 둘러싼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 또한 향후 삼성그룹 총수로서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후 5개월여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여기에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 받은 유산에 대한 상속세도 올 4월 마지막으로 납부하며 천문학적 규모의 세 부담을 마침내 끊어 냈다. 지난 2021년부터 5년여에 걸쳐 납부해 온 이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 이념을 적극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10월 21일 UAE 아부다비에 있는 알 다프라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취임 4주년을 맞은 이 회장은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최상의 경영 환경을 구축했다. 이제 맞춰, 이 회장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 시키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선언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이 회장의 ‘뉴 삼성’ 완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지배구조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지배구조 혁신의 첫 과제가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다.

이 회장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책임 경영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감시·감독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이 회장의 등기 이사 재선임을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2024년 10월 ‘삼성 준감위 2023년 연간 보고서’ 발간사에서 “삼성은 현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최대 기업이지만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 약화, 인재 영입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며 “삼성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최고 경영진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이 회장과) 아직 만나지 못해 직접 건의는 못했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위원들이 책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이 회장이 등기 이사로 재선임돼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역시 “지배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 이 회장이 등기 임원으로서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서 책임 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에 등기 이사 재선임을 통한 책임경영을 주문하는 이유는 이 회장에게 다양한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창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 회장이)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과 직접 자주 소통하며 여러 의견을 청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등기 임원 복귀를 통한 책임 경영을 조언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의 책임 경영을 보필할 컨트롤타워의 부활도 중요 과제로 지목된다.

이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긴 하지만, 이 회장이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의사결정까지 직접 관여하려면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단일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실제 재계 안팎에선 삼성 내에 ‘제2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재건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 회장 옆에서 그룹의 의사결정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복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그룹들은 대부분 컨트롤타워를 통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의 경우 지주사인 LG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사안을 계열사에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SK도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를 통해 계열사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을 폐지했다. 대신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이같은 체계는 이 회장의 그룹 경영에 힘을 싣는 데 역부족이었다. 각 사업 부문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탓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미래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사업지원TF에서 정식 조직으로 구성된 사업지원실이 사실상 삼성의 컨트롤타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삼성이 그룹의 미래 경영 전략 기획·추진을 책임지는 사업지원실을 통해 이 회장의 책임 경영을 보좌키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지원실이 수행하고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인적, 물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사업지원실 규모는 과거 5~6개 팀 체제였던 미전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 역시 사업지원실은 제2의 미전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오랜 기간 TF로 머물러 있던 만큼 이번 조직 개편은 TF를 떼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며 “예전부터 이같은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결국 준감위는 그룹의 미래전략을 진주지휘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은 돛단배에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다”며 “개인적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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