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앤트로픽은 이번 상장을 통해 1000억달러(약 132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구상이어서, 전 세계에 불어 닥친 AI 열풍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앤트로픽이 AI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직접 천명하고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앤트로픽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앤트로픽은 다음달에 티커명 ‘ANT’로 미 나스닥 시장에 A형(클래스A) 보통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다만 증권신고서에는 공모 주식 수와 희망 공모가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이번 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최대 2조달러(약 2647조원)로 평가 받아 1000억달러(약 132조원)를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상장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스페이스X가 기록한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 자금 조달액 750억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 것이다.

미국 앤트로픽 CI. <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서는 AI 대표기업인 앤트로픽의 메머드급 상장 소식이 일각에서 제기해 온 ‘AI 거품론’을 희석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AI 거품론은 주요 빅테크의 과잉 투자 논란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생태계 확장에 앞다퉈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고 있지만,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 AI가 실상은 수익성을 제고해주지 못한다는 ‘무용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AI 대표주인 앤트로픽이 나스닥 상장을 공식화 하면서, 시장에 확산됐던 무용론은 빠르게 불식되고 있다. 앤트로픽이 2조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아 당장 1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서, 다시 AI 열풍을 주도해 나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앤트로픽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AI의 위험성과 회사가 처한 부정적 여건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증권신고서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앤트로픽은 고도로 발달한 AI의 위험성에 대해 “AI 시스템이 오용되거나 복제되거나 무기화 하거나 높은 수준의 자율성으로 운영될 경우, 인류에 재앙적이거나 존재에 위협이 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이와 함께, 앤트로픽은 전 세계적인 AI 메모리 공급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앤트로픽은 “AI 가속기의 핵심 구성 요소인 HBM 공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에 집중돼 있어 첨단 칩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며 “특히 대형 고객사나 경쟁사가 특정 업체의 생산 능력을 선점할 경우, HBM 등 고성능 메모리 공급 부족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앤트로픽은 또한 “삼성·SK의 생산 시설은 미국 외에 있어 수출·수입 통제나 제재, 관세 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앤트로픽이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 수급문제를 콕 찍어 지목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반대급부로 다시 수혜주로 더 주목을 받게 됐다. AI 핵심 메모리로 자리매김한 HBM 수요가 연일 확대되는 가운데, 앤트로픽의 발언으로 HBM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AI 메모리 쟁탈전의 최대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될 전망이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SK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0%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3%로, 2위에 랭크됐다. SK·삼성의 시장 점유율 합산은 83%로, 사실상 전 세계 HBM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더구나 글로벌 HBM 시장에서 차세대 AI 메모리인 6세대 ‘HBM4’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도, 삼성·SK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양사는 주력인 5세대 ‘HBM3E’뿐만 아니라 차세대 HBM인 HBM4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를 양산 출하하며 글로벌 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HBM4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삼성전자를 단숨에 HBM 톱티어로 발돋움시켰다. 삼성의 HBM4는 이미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상태다.

SK하이닉스 HBM4.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최근엔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HBM4를 고객사에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의 HBM4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분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생산량을 본격 확대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AI 대표주인 앤트로픽의 나스닥 상장은 HBM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다시 제2의 특수를 누릴 수 있는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앤트로픽 상장 호재로 그동안 주춤하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큰폭으로 반등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4.46% 상승한 22만25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6.35% 폭등한 135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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